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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이란 무엇인가?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밸류에이션(Valuation) 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쓰게된다.
오늘은 이 단어의 의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밸류에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자산의 현재가치를 결정하는 과정" 이다.
여기서 자산의 현재가치란, “자산이 미래에 창출할 가치의 총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그대로 수식화한 것이 DCF 이다.

위의 식에서 주목할 점은, CV(창출가치) 이다.
일반적인 DCF 공식에서는 CF(현금흐름) 을 사용하지만,
이 글에서는 분자항을 CF로 한정하기 보다는, 좀 더 일반화한 CV 개념을 적용하여,
식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 DCV라고 이름을 바꿔야할까? )

선택하기 나름

앞서 CV 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것은 “창출되는 가치” 라는 의미를 지니므로,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엇이든 여기에 대입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주식가치평가에서는 주주에게 환원되고, 자본에 귀속되는 현금흐름이
가치있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CV = CF 가 되는것이다.
이와같은 방식으로, 자주 사용되는 PER, PBR, PCR, PSR, RIM등의
밸류에이션 방법론들도 대부분 위의 식으로 일반화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선택사항들이 있을 수 있다.

  • 미래에 창출할 가치(CV) 를 영업이익으로 보느냐, 순이익으로 보느냐,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보느냐, 총 수익(매출액)으로 보느냐 ...
  • 할인율(k)을 결정하기 위한 자산의 위험도 측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기간(N)은 제한할 것이냐, 그렇다면 몇년으로 볼것이냐, 혹은 무한대로 볼 것이냐 ...
  • 종료가치(TV)를 자본총계로 볼 것이냐, 순유동자산으로 볼 것이냐 ...

여기서 중요한점은, 위의 네가지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난 영업현금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라고 판단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CV 자리에 영업현금흐름을 두고, 기간N은 무한대로 밸류에이션 할 수 있다(PCR).
반면, “나는 미래는 고려하지않고, 오로지 청산가치만 고려하겠다” 라고 하는 사람은,
CV를 모두 0으로 가정하고 TV를 자본총계로, 기간 N은 0으로 보는 것이다(PBR).

결국, 사람마다 가치있다고 판단하는것이 다르기에 여러가지 형태로 해석되는것일 뿐,
밸류에이션의 본질은 DCF 공식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대 / 위험

DCF 공식에 “무한대 시간, 현재와 동일가치 창출” 가정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수식이 된다.

이 수식은 매우 단순화된 형태의 DCF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밸류에이션의 본질에 더 가깝다.
“무한대의 시간” 앞에서 TV(종료가치)는 의미가 사라지며, 진정하고 영구적인 가치란,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와 위험성의 척도인 할인율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CV를 무엇으로 설정하는가는, 앞서 설명했듯,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다.
따라서, 그 경우의 수를 따져 들어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보다는, 위의 수식을 한단계 더 추상화해서 그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CV와 k를 조금더 언어적인 형태로 추상화 해보자.

  • CV는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치 이다.
  • k는 자산의 “위험수준(리스크)”에 따라 결정되는 이자율이다.

이렇게 “기대”와 “위험” 이라는 키워드를 위의 수식에 그대로 대입해보면,
밸류에이션이란 다음과 같이 생각되어 질 수 있다.

즉, 위험은 작고, 기대가 큰 자산은 비싸게 평가 할 수 있는 것이고,
기대가 커도 매우 위험한 자산은 마냥 비싸게 평가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논리를 수식화 한것이 밸류에이션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치기준

나는 앞서 언급한 “가치 = 기대 / 위험" 의 공식에서 기대값으로 성장률을 자주 사용한다.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해서 가치가 높아질 기업에 투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때, 기대값으로 성장률을 쓸 수있는 근거 1번은 적정 PBR 공식이다.
앞선 영구할인 DCF 공식에 B(자본총계)를 나눠주고, CV를 E(이익)으로 치환하면,
다음과 같이 적정 PBR(PV/B) 를 구하는 수식이 도출된다.

ROE는 기업의 자본총계 대비 이익의 수준, 즉 주주자본의 수익률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이 모두 이익잉여금으로 쌓인다고 가정하면,
“ROE = 이익의 성장률” 이라고 생각 할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난 이익이 모두 이익잉여금으로 쌓인다는 것은, 자본총계가 이익 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고, 다음해에도 동일한 ROE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익도 같은 비율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ROE가 낮지만 매출의 성장성에 더욱 기대를 거는 종목들은 어떻게 할까?
이런경우, 위에서 했던 방식을 조금 응용해서 적정 PSR을 구할수도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이 CV를 정의하면, 1년간의 매출액 성장률이 아닌,
연평균 매출성장률을 이용한 적정 PSR 도출도 가능하다.
(이때의 CV 또한, 매출액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즉, 적정 PSR은 "매출액의 연평균성장률을 할인한 것"이 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창출가치 CV, 즉, “가치 = 기대 / 위험” 공식에서 “기대”값을 적절히 정의하면,
원하는 적정 밸류에이션을 얻어 낼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런 성장률 기반의 밸류에이션 적용시 주의할점은,
역성장 구간이 나타났을 때, 정말 기업이 후퇴하는 것인지,
산업 사이클등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 역성장인지를 가려,
매각 혹은 보유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숙하고, 사이클이 있는 산업에있는 가치주는 적정PBR을,
아직 안정적인 수익은 없지만, 메가트렌드에 올라탄 성장주는 적정PSR을 사용한다.

위험(할인율) 판단

대부분의 경우, 밸류에이션에서 할인율(k)보다 성장률 혹은 이익의 크기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나의 판단에서는 할인율이 훨씬 중요하다.

흔히 DCF의 단점으로 지적되는것이, 할인율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밸류에이션의 결과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견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합의하는 가격대를 형성하려면
밸류에이션의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게 좋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사람에 따라 격차가 큰것이 밸류에이션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예를들어 쌀을 거래한다고 해보자.
쌀이 많이나는 A나라와 쌀이 적게나는 B나라가 교역을 하는데,
쌀이 많이나는 A나라 에서는 쌀이 워낙 남아돌기 때문에,
쌀을 보유하는것이 곧 재고관리 비용이되어 위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나면 재고비용만 들어간채 생쌀을 버려야 할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라도 쌀을 대량으로 팔기를 원한다.

반면에, 쌀이 적게나는 B나라의 사람들은 당장 내일먹을 쌀이 필요하므로,
쌀을 보유하지 못하는것이 곧 생존과 직결된 위험으로 인식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비싼 가격에라도 쌀을 대량으로 사기를 원한다.

즉, 쌀은 A에서는 낮게 밸류에이션 되고, B에서는 높게 밸류에이션 된다.
이와같이, 원래 가치산정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것이다.
다만, 터무니없으면 애초에 거래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어느정도의 합의가능한 가격 범위가 존재 할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할인율(k)를 주관적 판단하에 결정하되,
터무니없는 가격을 산정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할인율 결정의 요소

앞서 언급한 예시에서, 쌀의 경우 유통기한, 수요, 생산량 같은 요소들이 중요함을
관찰 할 수 있었는데, 주식 혹은 기업의 할인율 결정에는 어떤 요소가 중요할까?

이것은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20~30개 정도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기업의 안정성과 역량, 위험을 평가한다.
잘 알려진 모닝스타의 별점 점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메가트렌드에 속하는지
  • 제품(서비스)의 경쟁력, 시장의 수요
  • 경영자의 자질, 과거의 성과와 판단의 결과
  • 주주에 대한 환원정책 및 주주이익 보호
  • Q(판매수량), P(가격), C(비용)의 변화 추이, 특이점
  • 부채수준 및 상환능력, 파산가능성
  • 재무건전성(분식회계 등) 문제 가능성
  • 경제적 해자(무형자산, 네트워크효과, 전환비용, 원가우위)

위의 요소들이 좋다고 판단되면 3-10% 수준에서 할인율을 결정한다.
10%를 상한으로 두는 이유는, 그것이 주식의 평균 기대수익률이기도 하고,
BBB- 등급 회사채의 3년 수익률이 7-8%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10% 이상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줄 생각이면 주식이 아니라,
차라리 투기등급 회사채를 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를 하한으로 두는 이유는 미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1-3%대에
있기 때문인데, 미국의 채권만큼 안전한 주식이라면 그정도 이자에도
내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론

기업은 항해를 떠나는 배이고, 주식은 배가 싣고 돌아올 황금에 대한 지분이다.
우리는 투자자로써, 다음 두가지를 평가하는일에 집중해야 한다.

  • 선장은 믿을만한 사람인지, 배가 난파당할 위험은 어느정도인지,
    선원들은 튼튼하고 식량은 잘 준비되어 있는지와 같은 위험과 안정성에 대한 평가이다.
  • 두번째는, 배가 싣고 올 수 있는 황금의 실체에 대한 조사이다.
    배가 향하는곳에 정말 황금이 있을지, 있다면 얼마나 있을지와 같은 수익에 대한 기대값이다.

이 두가지 활동을 철저히 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을 하게되는 것이다.

어차피 밸류에이션에 정답은 없다.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남들을 설득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내 밸류에이션이 곧 그 자산의 가치라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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